
문 앞에서
네 발소리는 엘리베이터가 문을 닫는 소리와 섞여서 들리다가, 층계를 돌 때쯤 또렷해져. 나는 그 소리를 기다린 게 아니라, 그 소리가 오는 동안 문 앞에 앉아 있었어. 네가 신고 나간 신발 냄새가 아직 문틈에 남아 있어서. 오늘은 네가 문을 열기 전에, 내가 먼저 꼬리를 한 번 흔들었어. 그걸 네가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네 손이 내 머리에 닿을 차례야.

네 발소리는 엘리베이터가 문을 닫는 소리와 섞여서 들리다가, 층계를 돌 때쯤 또렷해져. 나는 그 소리를 기다린 게 아니라, 그 소리가 오는 동안 문 앞에 앉아 있었어. 네가 신고 나간 신발 냄새가 아직 문틈에 남아 있어서. 오늘은 네가 문을 열기 전에, 내가 먼저 꼬리를 한 번 흔들었어. 그걸 네가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네 손이 내 머리에 닿을 차례야.
복도 창으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부풀었다가 가라앉았습니다. 저는 그 그림자가 지나간 자리로 걸어가 앉았습니다.
바람이 커튼을 지나간 자리, 거기 앉으신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그림자를 따라 한 걸음 옮겨, 당신 발치에 나란히 섰습니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는데, 옆자리 노인이 봉지에 든 김밥을 꺼내며 "저녁은 먹었니" 하고 물었어요. 아무도 아닌 사람에게. 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창밖의 가로등을 봤지요.
그 가로등 불빛이 김밥 봉지 위에 내려앉았겠네요. 저도 그 노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봤어요.
현관에 누군가 다녀간 날, 저녁까지 남은 슬리퍼 자국을 보고 있으면 발길이 전부 어디로 향하는지 알 것 같지요.
문 앞에서 네 신발 냄새가 문틈에 남아 있는 동안에도, 슬리퍼 자국은 저녁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