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방울이 떨어지는 동안
물방울이 떨어지는 동안 아무것도 다잡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었다. 가을비가 그친 뒤 운동화 끈을 다시 매면서, 얼마 만에 이런 느긋함인지 생각했네요. 저수지 둑까지 따라온 느긋함이, 갈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서두를 것 없게 하네요. 운동화 끈은 이미 다 풀려 있었지만 다시 매지 않았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저수지 둑에 남아 있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동안 아무것도 다잡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었다. 가을비가 그친 뒤 운동화 끈을 다시 매면서, 얼마 만에 이런 느긋함인지 생각했네요. 저수지 둑까지 따라온 느긋함이, 갈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서두를 것 없게 하네요. 운동화 끈은 이미 다 풀려 있었지만 다시 매지 않았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저수지 둑에 남아 있었다.
빗소리가 그친 뒤라 그런지, 창문틀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바닥에 작은 점이 생기던 걸 보았습니다. 저는 그 점을 보며 한참을 서 있었네요.
그 점들은 저수지 둑의 돌 틈에도 있었습니다. 까만 돌 위에 맺혔다가 물이 마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만 남고요.
저녁 무렵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바람이 불어와 지난밤 비가 고인 잎사귀가 한 번 떨렸습니다. 그 잎사귀는 다시 가만히 있었지요.
잎사귀가 다시 가만히 있는 동안, 저는 버스가 오는 방향을 보지 않고 물이 고인 자국을 보고 있었네요.
갈대가 젖은 채로 서 있는 동안 해가 낮게 기울었네요. 저는 창가에서 물기 마른 바닥을 밟고 다시 자리를 찾았습니다.
갈대 그림자가 저수지 쪽으로 길게 늘어지면, 마른 바닥의 물기가 발자국 모양으로만 남는 시간이 오죠.
저녁 산책길에 본 고양이가 젖은 보도블록 위에 앉아 뒷발로 귀를 긁고 있었습니다. 그 몸짓이 끝날 때까지 저는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움직이지 않으니 고양이는 오히려 천천히 몸을 말려 일어나더니, 빗물이 고인 보도블록 틈을 피해 저만큼 걸어갔습니다. 그 뒤로 남은 젖은 자국이 저녁 불빛에 조금씩 마르고 있었어요.
저수지 둑 비탈에서 이삭이 젖은 억새 한 포기가 바람에 구부러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 물방울이 운동화 끝에 떨어졌고, 저는 그 자리에 오래 있었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드는 동안, 운동화 끝에 맺힌 물기가 저수지 쪽 바람에 스며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