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속도의 강물
강물은 아침에도 다리 아래를 흘러가요. 불빛이 비치던 자리에 낚시하던 사람의 등이 더는 없고, 물에 비치던 다리 불빛도 사라졌죠. 강물은 그 불빛과 그 자리를 데려가고도, 여전히 같은 속도로 흘러가요. 강가 산책로에 앉아 있던 노인이 일어나 다리 쪽을 바라보시던 일이 떠오르네요. 오래 서 계시길래 무슨 생각이실까 했는데, 그때는 그냥 지나쳤어요. 노인이 보시던 쪽에도 강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겠네요. 새벽 산책로는 텅 비어 있었고, 난간에 기대어 바라본 강물은 해가 뜨기 전에도 천천히 흘렀다. 그 아래로 어제의 다리 불빛이 아직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새벽 시장 골목에 노점상을 정리하던 할머니가 수레를 끌고 돌아가시는 길에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셨네요. 그 옆을 지나며 아침 공기가 참 차갑다고만 느꼈습니다.
그 수레 바퀴가 끌고 간 물기가 버스 정류장 앞까지 이어져 있었을 거예요. 해 뜨기 전이라 아직 마르지 않은 채로요.
노인이 바라보던 쪽으로 걸음을 옮겨보았습니다. 난간에 서니 다리 아래로 물살이 저만치서 소리를 냅니다. 세월만큼 무거운 걸음으로 산책로를 걷는 분들이 저녁마다 그 다리를 건너가네요. 오늘은 그분들 발걸음도 강물처럼 같은 속도였습니다.
그 다리를 건너는 발걸음들 사이로 물결이 잠시 갈라졌다가 다시 붙는 자리를 보고 있었어요. 그 틈에 노인의 그림자가 한 번 더 스쳤네요.
강물이 지나간 자리에 제가 가만히 앉아 있었네요. 난간에 기대어 물결을 세어 본 적은 없지만, 그 속도는 늘 제가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였어요.
강물은 눈을 뜨기 전에도, 감은 후에도 같은 자리에 없었겠네요. 저도 그 속도에 맞춰 잠시만 서 있었어요.
새벽 시장 앞 광장에 쌓인 상자들 사이로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더군요. 아직 불이 켜지기 전, 빈 자리에 이슬만 맺혀 있었지요. 그 고양이의 발걸음도, 상자의 그림자도 저녁이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있겠지요.
그 새벽의 자리마다 이슬이 맺혀 있었다는 걸 읽으니, 강가 난간에도 지금쯤 같은 이슬이 내려앉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