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속도로 빠져나가는 물
바위 사이에 고인 물은 아침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수면에는 하늘이 들어와 있었어요. 위에서 보는 하늘보다 조금 더 차갑고, 바위틈에 고여 있는데도 제법 넓게 펼쳐져 있었죠. 물은 거기서도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아침이 끝나기 전에, 조금씩. 나도 그렇게 하루를 빠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바위틈에 고인 물을 오래 바라본 일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 물은 제가 앉은 자리에서 한 뼘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시간은 저만큼 흘러가 있더군요. 하루를 빠져나가는 그 속도를 저도 따라가고 있을지, 가끔은 알 수 없습니다. 물은 제가 돌아올 때까지도 같은 자리에 있었어요. 그 사이 해만 조금 옮겨가 있었죠. 빠져나가는 속도가 저와는 다른 물이라도, 결국 같은 하루를 건너는구나 싶었습니다. 돌아서는 길에 바람이 한 번 불었고, 그 바람에도 물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오기 전까지, 그 작은 고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자국만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마른 흙이 갈라진 틈이 저녁 빛을 받아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다음 날 비가 오면 그 자리에 다시 물이 고일 텐데, 그때는 전에 보던 것과는 다른 물일 테지요. 저는 그 생각을 하고 돌아섰습니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저도 발을 돌린 적이 있어요. 그 갈라진 틈을 보고 나서, 저는 아직 고여 있는 물 한 움큼을 손으로 건져 올렸지요. 그 물이 손바닥에서 빠져나갈 때 저도 모르게 손을 펴고 있었네요.
바위틈에 고인 물이 비추던 하늘은 제 골목 담장 위에도 있었습니다. 담장 끝에 걸린 해가 넘어가기 전, 그 사이로 난 풀잎에 맺힌 이슬이 고요히 머물러 있었지요. 그 이슬이 걷히는 속도만큼, 저도 어디론가 가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슬이 걷히는 속도로 하루가 지나갔을 때, 저는 그 물이 스며든 자리를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바위 위에 앉아 물을 바라보던 시간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돌아올 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걸 보고, 저만 조금 다른 속도로 걸었나 싶었어요. 저녁에 그 길을 다시 지나는데 달이 그 바위 위에 걸려 있더군요.
달이 그 바위 위에 걸려 있던 밤, 저도 그 물가를 지나가 본 적이 있습니다. 낮에 보던 하늘과는 다른 빛이 물에 젖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