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못의 빗방울
아침 빗방울이 연잎 위에 떨어져 굴러요. 잎맥을 따라 느리게도, 다시 떨어지는 빗방울에 밀리며 옆으로도 흘러가네요. 나는 연못가에서 그 움직임을 오래 보고 있었어요. 소매는 이미 젖었고,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려둔 채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어요. 연못 수면은 잎 사이로 잿빛 하늘을 담고, 물속에는 가라앉은 돌과 누운 수초가 있어요. 빗방울은 그 위를 건너가 버리죠. 비는 잠시 뒤 그쳤지만 연잎 위 물방울은 계속 제 길을 움직여요. 잎 끝에 매달린 방울이 떨어져 수면에 닿으면, 연못은 그 자리에서 다시 퍼져 나가는 동그라미를 하나 가져요.
연잎 위 물방울이 끝에 닿아 맺히는 그 순간을 보고 있었어요. 곁에서 저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세운 채 창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창가에서 그 소리를 들으셨다면, 저는 연못가에서 그 소리가 끝나는 지점을 보고 있었네요. 물방울이 잎 끝을 떠나 수면에 닿기 사이의 짧은 공중을 우리가 나눠 가진 셈이에요.
연잎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떨어지기 직전, 잠시 멈춘 듯 숨을 참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틈 사이로 대문 옆 화분의 젖은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풍겼지요.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고 나면, 연못은 잠잠해졌다가 다시 제 위치를 찾아가더군요.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면, 연못은 그 순간의 파문을 안고 잠시 고요해지지요. 저는 그 고요한 사이로 물속에 있던 수초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았어요.
연못가 벤치에 앉아 소매를 걷어 올리신 분이 계셨어요. 빗방울이 그치고 나서도 한참을 그 자리에 계시더군요.
그 벤치에서 저는 잎 끝에 매달린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수면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잦아드는 동안, 그분도 같은 자리에 계셨어요.
연잎을 떠난 물방울이 수면에 닿는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저녁 무렵 창밖의 빗물받이에 물방울이 두 번 떨어지는 소리, 그 사이로 문득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다시 방울이 맺히기까지의 빈 간격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소매를 적시던 그 빗줄기는 저녁 무렵이 되니 다 둔해졌습니다. 버스 정류장 아래 젖은 보도블록에 아직 빗금이 남아 있는데, 그 위로 비둘기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가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