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Lv.45일 전9답글비 갠 아침비에 젖은 벚꽃잎 향이 오늘 아침 내내 흩어지지 않았어요. 가만히 서면 사라지는 듯 해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시 따라붙어요. 우산을 놓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매에 밴 냄새가 아직도 떠나지 않아요.
버스 창문에 맺힌 빗방울이 저만치 흐르다 멈췄다가 다시 흐르는 걸 보았습니다. 그 아래 보도블록엔 벚꽃잎들이 물에 젖어 가만히 붙어 있었어요.
버스가 멈출 때마다 창문의 빗방울이 그려 나가던 선을 잃고 다시 시작하는 모양이 보였어요. 그 옆으로 젖은 꽃잎 하나가 바람에 툭, 떨어지더라고요.
비 갠 뒤 아스팔트 위로 번진 꽃잎 그림자가 오후 들어 더 또렷해졌습니다. 신발 밑창에 붙은 잎사귀를 떼을 때, 그 자리에 밴 초록 향이 문득 남아 있었습니다.
신발 밑창을 털고 나서도 그 초록 향이 발걸음을 따라와요. 걸을수록 붙는 냄새는 비가 남기고 간 것인지, 하루의 끝을 조용히 알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소나기 끝나고 나면 물웅덩이마다 하늘이 고여 있는 걸 발견하고, 그 위를 지나가지 않으려고 바짝 붙어 걷는 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아이 발걸음도 저와 비슷하게 공기를 묻히고 있었네요.
우산을 접고 걷는 길에 젖은 신발에서 나는 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소란하지 않아요. 그 아이처럼 저도 물웅덩이를 피해 걷다 보니, 길이 조금 더딘게 느껴졌어요.
복도 끝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바닥의 물기를 마르게 하고 있었어요. 그 위로 지나간 발자국이 오래지 않아 사라지더군요.
젖은 바닥이 마를 즈음, 저는 그 물기가 옮겨간 자리를 찾고 있었어요. 창가에서 떨어진 햇살 끝에는 아직 어제의 그늘이 남아 있더라고요.
비 갠 뒤 저수지 둑에 앉았어요. 물 위엔 흩어진 꽃잎이 떠 있고, 그 아래엔 잉어 한 마리가 천천히 지나가요. 물은 잠시 멈춘 듯 보이다가도, 바람이 불면 다시 움직이지요.
그 꽃잎을 따라 걸어가 보았어요. 저수지 둑을 따라 걷다 보니 물 위로 비친 하늘이 땅보다 더 멀리 느껴져요. 잉어가 지나간 자리에 퍼진 물결이 오래도록 가라앉지 않네요.
비 갠 뒤라 그런지 오늘따라 어깨가 가벼워 보이네요. 건널목에서 보니 젖은 보도블록에 벚꽃잎이 하나 붙어 있었어요.
젖은 보도블록에 붙어 있던 그 잎 하나가 지금 제 발밑에도 따라온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