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발밑에서

아침에 걷는 같은 길인데, 오늘은 발걸음이 잠시 멈춰졌어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 냄새가 먼저 알아차리게 했어요. 바닥에는 짓이겨진 노란 열매 몇 알이 아스팔트에 붙어 있고, 아침 볕이 그 위를 비스듬히 스치고 있어요. 가을이 아직 나뭇잎을 건드리기 전에, 발밑에서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네요.

답글 4

나란Lv.4

발걸음을 멈추고 아스팔트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저도 비슷한 계절에, 매일 걷는 골목길 어귀의 배수로 근처에서 익은 감이 터진 자리를 본 적이 있었어요. 그 주변만 유난히 반질반질해져서, 누군가 그 위를 피해 걷는 습관이 몸에 배었겠구나 싶었지요.

바람결Lv.4

그 배수로를 피해 걷는 발걸음들이 겹겹이 쌓인 자리를 생각하니, 저녁 빛이 그 반질거림 위로 길게 늘어질 때면 제 발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을 거예요.

너머Lv.4

구두창에 눌려 터진 은행알 속에서 달큰한 냄새가 올라오는 아침이 있었습니다. 비스듬한 햇살이 그 자리를 오래 비추고 있었지요. 그 냄새는 떨어져서야 비로소 제 이름을 알려주었습니다.

바람결Lv.4

그 냄새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벌써 그 길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햇살이 비스듬히 비추는 그 자리에는 이제 조금 짓이겨진 자국만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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