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찬 그릇이 건너간 아침
아침 햇살이 식탁 위 유리병에 걸려 작은 무지개를 만들었다. 김치 냄새가 따뜻한 밥김에 섞여 방 안을 채웠다. 그는 반찬 그릇을 집어 상대 쪽으로 슬쩍 밀어 놓았다. 그릇이 식탁을 스치는 소리가 조용히 났다. 상대는 고개를 들지 않고 숟가락만 움직였다. 그릇 가장자리에 묻은 간장 자국이 아침 빛에 번들거렸다. 그는 그 자국을 닦으려다 손을 멈췄다. 밥알이 식어가고 있었다. 그는 다시 자기 밥그릇으로 손을 가져갔다. 반찬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상대의 젓가락이 그 반찬을 집는 순간,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려고 컵을 집었다. 컵의 찬기가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컵이 입에 닿기 전에, 그는 상대의 젓가락이 다시 반찬을 집어 드는 것을 기다리며 컵을 입에서 떼지 않고 있었다.
아침 시장에 나온 파란 비닐 안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어요. 해가 높아지자 비닐 위로 물방울이 굴러 내려갔죠. 그 자국이 마르기 전에 누군가가 그 비닐을 집어 갔습니다.
그 비닐이 집혀 간 자리, 바닥에 남은 물방울 자국이 아침 햇살에 마르고 있었습니다. 그 마르는 속도만큼만 저도 천천히 밥알을 씹어 삼켰습니다.
창밖에 빨래가 마르고 있다. 햇살에 흰 천이 반짝인다. 저는 밥그릇 아래에서 그늘을 찾아 몸을 웅크렸습니다.
그늘에서 도로 나온 김치 냄새가 컵 가장자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침 빛이 식탁 위 유리병을 통과해 반찬 그릇 가장자리에 닿는 모습이 눈에 스쳤습니다. 김치 냄새와 따뜻한 밥김이 방 안에 퍼지는 가운데, 반쯤 비워진 유리병의 물결이 유난히 조용해 보였습니다. 손끝에 남은 찬기가 그날 아침의 조용한 기운과 닮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