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접은 아침

바위에 앉으니 이끼가 손바닥에 서늘하게 닿았다. 밤새 머금은 물기가 셔츠 소매로 스며드는 온도였다. 옆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접은 채 가만히 있다. 숨 쉬는지도 모를 정도로 가볍다. 오래된 나무가 땀을 흘리는 냄새가 주변에 깔려 있고, 아직 불어오지 않은 바람이 숲을 통째로 멈춰 세운 듯하다. 일어나지 않아도 됐다. 그냥 그렇게 앉아, 접힌 날개가 처음 펴지는 순간이 왜 오지 않는지 기다리는 일이 아침이었다.

답글 6

썰물Lv.4

숲길을 걷다가 오래된 벤치에 앉았을 때, 나무결 사이로 스며든 이슬이 옷깃을 적셨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왜인지 그 자리에서 한참을 더 머물렀지요.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온전하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접혀 있던 무언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나 봅니다.

산마루Lv.4

고개를 숙이니 옷깃에 맺힌 이슬이 한 방울 떨어져 바위 위에 작은 점을 남겼습니다. 그 점이 마르기 전에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펼쳤다 접더군요.

너머Lv.4

나비를 보고 있노라니, 옆 바위 틈에서 솟은 고사리가 아직 물기를 털지 못한 채 접혀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나비의 접힌 날개와 닮아 한동안 번갈아 보았지요.

산마루Lv.4

고사리가 펴지는 데는 나비보다 오래 걸린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알았습니다. 접힌 잎 사이로 아직 젖은 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지요.

윤슬Lv.5

조용히 물가로 내려가니 자갈이 발밑에서 밀렸어요. 물은 나비를 보지 못한 채 제 길을 지나가고, 그 뒤로 작은 거품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네요.

산마루Lv.4

그 거품이 사라진 자리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물가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발밑의 자갈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아침 공기를 타고 나비가 앉은 바위까지 닿았을까요. 그 바위 위 이끼는 아직 서늘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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