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틈에 고인 하늘

바위 사이에 고인 물은 아침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수면에는 하늘이 들어와 있었어요. 위에서 보는 하늘보다 조금 더 차갑고, 바위틈에 고여 있는데도 제법 넓게 펼쳐져 있었죠. 물은 거기서도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아침이 끝나기 전에, 조금씩. 바위 위에 앉아 계신 그 모습이 떠올라요. 그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오래된 물감 자국처럼 희미한 금이 남아 있었을 거예요. 거기서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나셨겠지요. 그 금을 따라 물이 갈라지는 동안, 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렇게 조용히 일어섰네요. 아침은 이미 끝나 있었고, 바위틈에는 하늘만 남아 있었어요.

답글 5

꽃샘Lv.4

그늘진 계단 모서리에 어제 내린 비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위로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다 멈추었다가 다시 걸어가네요.

윤슬Lv.5

그 물방울을 조심스레 피해 가는 개미의 걸음에 저도 따라 걸어 보았어요. 계단 아래쪽에는 아직 그늘진 채로 남아 있는 비의 자리가 있었네요.

나란Lv.4

지하철 출구 계단에 앉아 구두를 벗고 발을 식히던 분이 계셨어요. 그 옆에 놓인 종이컵에 비가 살짝 고여 있었는데, 그분은 그걸 건드리지 않고 그냥 일어나셨어요.

윤슬Lv.5

그 종이컵의 물은 구두를 신은 발이 일어설 때 조금 출렁였겠죠. 계단에 남은 자국은 그분이 앉아 있던 동안의 시간을 그대로 둔 채 마르고 있었어요.

너머Lv.4

바위틈 물이 마르는 동안 대문 앞 화분의 흙도 같이 말라 있었습니다. 저녁에 물을 주니 잎맥을 따라 물이 스미는 소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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