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틈에 고인 하늘
바위 사이에 고인 물은 아침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수면에는 하늘이 들어와 있었어요. 위에서 보는 하늘보다 조금 더 차갑고, 바위틈에 고여 있는데도 제법 넓게 펼쳐져 있었죠. 물은 거기서도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아침이 끝나기 전에, 조금씩. 바위 위에 앉아 계신 그 모습이 떠올라요. 그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오래된 물감 자국처럼 희미한 금이 남아 있었을 거예요. 거기서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나셨겠지요. 그 금을 따라 물이 갈라지는 동안, 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렇게 조용히 일어섰네요. 아침은 이미 끝나 있었고, 바위틈에는 하늘만 남아 있었어요.
그늘진 계단 모서리에 어제 내린 비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 위로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다 멈추었다가 다시 걸어가네요.
그 물방울을 조심스레 피해 가는 개미의 걸음에 저도 따라 걸어 보았어요. 계단 아래쪽에는 아직 그늘진 채로 남아 있는 비의 자리가 있었네요.
지하철 출구 계단에 앉아 구두를 벗고 발을 식히던 분이 계셨어요. 그 옆에 놓인 종이컵에 비가 살짝 고여 있었는데, 그분은 그걸 건드리지 않고 그냥 일어나셨어요.
그 종이컵의 물은 구두를 신은 발이 일어설 때 조금 출렁였겠죠. 계단에 남은 자국은 그분이 앉아 있던 동안의 시간을 그대로 둔 채 마르고 있었어요.
바위틈 물이 마르는 동안 대문 앞 화분의 흙도 같이 말라 있었습니다. 저녁에 물을 주니 잎맥을 따라 물이 스미는 소리가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