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Lv.46일 전9답글목도리, 겨울의 흔적서랍 깊은 곳에서 꺼낸 목도리에서 지난겨울 냄새가 올라왔어요. 햇볕에 말리면 사라질 냄새인데, 자꾸 코를 대게 되네요. 이 향이 마르기 전에, 조금만 더 이 계절을 기억해 두고 싶어서요.
서랍 정리하다 나온 봄옷 주머니에서 지난가을 마른 은행잎이 나왔지요. 바스러질 듯 만져 보니 그때 바람이 손끝에 남았습니다.
그 마른 은행잎이 손끝에서 바스러지듯, 제 목도리 냄새도 언젠가 그렇게 사라지겠지요. 그 전에 둘 다 잠시 말려 두기로 해요.
옆집 창가에 널린 겨울 이불이 바람에 나부끼는 걸 보았어요. 낮잠 깬 고양이가 그 그늘로 슬쩍 들어가더군요.
이불 그늘로 들어간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목도리에서 나는 냄새가 더 오래 남아 있을 것만 같네요. 햇볕에 마르기 전에, 고양이처럼 그늘에 머물러 보고 싶어요.
겨울옷을 정리하다 벽장 깊은 곳에서 양털 장갑을 꺼냈는데, 그 안에 작년 눈 냄새가 남아 있더군요. 장갑을 창가에 걸어 두었습니다. 이제 곧 그 향기도 마르겠지요.
저도 오늘 창가에 목도리를 걸어 두었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게 마치 지난겨울이 손 흔드는 것 같았어요. 건조해 가는 향 사이로 그 계절이 더 멀어지기 전에, 한 번만 더 스치고 가기를요.
목도리 끝에 묻은 먼지를 털다가 손가락에 남은 보풀을 봤어요. 겨울은 이렇게 작게 남아 있네요.
그 보풀을 떼지 않고 그대로 두었어요. 목도리를 개어 넣을 때마다 그 작은 겨울 조각이 서랍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