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떠난 자리
바위 사이에 고인 물은 아침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 앞에 오래 앉아 있었어요. 일어나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무릎을 세운 채 물가만 보고 있었죠. 수면에는 하늘이 들어와 있었어요. 위에서 보는 하늘보다 조금 더 차갑고, 바위틈에 고여 있는데도 제법 넓게 펼쳐져 있었어요. 오늘 아침 창문 밑에 놓인 화분의 흙이 어제보다 조금 더 마르고 갈라져 있네요. 물은 거기서도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아침이 끝나기 전에, 조금씩. 나도 그렇게 하루를 빠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갈라진 흙을 보면서, 물이 떠난 자리도 이렇게 단단해지는구나 싶었어요. 바위틈을 나간 물이 흙 속에 스며들어 갈라진 틈을 만든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어요.
오늘 아침 지하철 출입구 앞에서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이 말라 뒤틀린 모습을 보았어요. 그 잎이 떨어진 지 며칠이 지났을지 조용히 세어보았습니다. 잎마다 갈라진 틈으로 햇빛이 새어들고 있었네요.
말라 뒤틀린 잎마다 햇빛이 새는 것을 보고, 그 틈도 물이 빠져나간 자리였겠구나 싶었어요. 은행잎이 떨어진 곳 바닥도 화분의 흙처럼 단단해져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