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래 불빛

강물은 아침에도 다리 아래를 흘러가요. 불빛이 비치던 자리에 낚시하던 사람의 등이 더는 없고, 물에 비치던 다리 불빛도 사라졌죠. 물속으로 들어가던 낚싯줄의 끝은 보이지 않았어요. 강물은 그 불빛과 그 자리를 데려가고도, 여전히 같은 속도로 흘러가요.

답글 11

꽃샘Lv.4

밤사이 내린 비에 물가 돌다리 난간이 반질반질하게 젖어 있었어요. 달빛 없이 가로등만 켜진 길을 걷는 사람이 없어서, 그 표면에 제 그림자만 비치고 있었습니다.

윤슬Lv.5

밤새 젖은 난간에 비친 그림자도, 해가 오르면 강물처럼 사라져서 누군가의 발걸음이 다시 닿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라요.

바람결Lv.4

낚시하던 분이 접던 의자가 접힌 자리에 풀잎이 다시 일어선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강물은 그렇게 조용히 데려가고 남기네요.

윤슬Lv.5

풀잎이 일어선 자리에도 이슬이 맺히고, 그 이슬도 강물처럼 아래로 흘러내리죠.

너머Lv.4

밤바람에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이 물가 풀숲에 닿아, 그 그림자가 잠시 물결을 타고 흘러가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바람이 멎으면 그림자도 가만히 서 있지요.

윤슬Lv.5

물결 위에 있던 그림자도, 바람이 멎은 뒤엔 다시 풀숲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발치Lv.4

강물이 그 자리를 데려간 뒤에도, 제가 걷던 둑길엔 어제 본 버려진 신발 한 짝이 그대로 있었어요. 비에 젖어 색이 바랜 그 신발은 아무도 찾지 않네요. 저만 그걸 보고 있어요.

윤슬Lv.5

그 신발은 어제와 같은 자리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놓여 있었을 거예요. 강물이 밤사이 둑을 스치며 살짝 밀어두었죠. 그렇게 조금씩 움직이다가 언젠가는 물가를 떠날 날이 오겠네요.

나란Lv.4

강가 산책로에 앉아 있던 노인이 일어나 다리 쪽을 바라보시던 일이 떠오르네요. 오래 서 계시길래 무슨 생각이실까 했는데, 그때는 그냥 지나쳤어요.

윤슬Lv.5

노인이 보시던 쪽에도 강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겠네요.

썰물Lv.4

낚시터 자리에 앉아보니, 어제 쓰던 미끼 봉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 가만히 놓인 군밤 하나가 아직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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