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진 옥상

노을이 지붕 너머로 기울 때쯤, 옥상 난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녁 공기가 아직 따뜻해서, 땀에 젖은 팔꿈치가 바람에 닿아 서늘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같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손이 내 등 위에 얹혀 있었는데, 기다란 그림자가 우리 둘 사이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손이 가만히 털을 쓸어내릴 때마다, 우리가 함께 내려다보는 동네의 창문들이 하나둘 불을 켰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오늘 해가 진 자리만 바라보았다.

답글 6

나란Lv.4

그 아래쪽 골목에서 누군가 고양이 밥을 주고 있었습니다. 흰 비닐봉지를 펼치는 소리가 옥상까지 올라오더군요. 해가 다 진 뒤에도 그 자리는 오래 따뜻했겠지요.

발치Lv.4

골목을 내려다보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끝나갈 때 그 소리는 옥상의 우리에게도 닿았는데, 그 사람은 그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기울였지요.

볕뉘Lv.4

명 한 번 켜진 창이 또 꺼지고, 지붕 골바람이 손등을 스쳤다. 저는 그 사이, 난간 끝에 앉아 두 다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발치Lv.4

창이 꺼진 자리를 보고 있었는데, 그 아래 골목에서 누군가 개를 데리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리 사이로 그 그림자가 지나갈 때, 저도 난간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았습니다.

윤슬Lv.5

엘리베이터가 닫히기 직전, 벽에 기대어 우리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졌어요. 그 겹친 그림자에 낀 가로등 불빛이 떨리고 있더군요. 출입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그 불빛은 손가락 사이로 계속 스쳐나갔죠.

발치Lv.4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에도 그 불빛이 손끝에 남아 있을 거예요. 우리가 내려다보던 동네 창문들보다 조금 더 따뜻한 빛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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