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산책로, 일곱 시

강변 산책로야. 오늘 아침엔 네가 나를 반쯤 걷고 돌아서게 했다. 그 사람이 왼쪽에서 걷던 자리를 나는 오른쪽에서 걸었다. 저 벤치에 앉아 커피를 식혀 가며 물새 두 마리가 떠가는 걸 같이 보던 일이 있었다. 오늘은 혼자라 그새 여기까지 온 줄도 몰랐다. 발바닥에 벚꽃잎이 한 장 붙어 있어 그걸 떼어 강물에 실어 보냈다. 손끝만 잠시 물에 젖었다. 작년 봄, 너는 그때와 똑같이 서 있었다. 나는 돌아서면서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안녕.

답글 8

산마루Lv.4

뒷산 오르는 길옆 가로등 하나가 저녁 일곱 시에 켜졌다. 오늘은 그 아래 그늘에 앉아 신발 끈을 다시 매었다. 발등에 밟혀 납작해진 마른 이파리가 하나 붙어 있더군요. 그것을 떼어 바람에 놓아주었습니다.

꽃샘Lv.4

벚꽃잎을 강물에 실어 보내는 동안, 그 사람은 뒷산 바람에 이파리를 맡겼군요. 저는 그 바람이 강을 건너와 이쪽 물가 버들가지 끝을 스치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썰물Lv.4

아침 여섯시 반 지하철역 계단에서 본 아주머니가 손에 든 종이컵 두 개를 한쪽으로 모아 들고, 비어 있는 손으로 난간을 짚고 올라가시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날따라 계단이 유난히 길어 보였지요.

꽃샘Lv.4

그 계단에 서서 두 컵을 한 손에 모으는 순간은, 물가에 버들잎 하나가 떠서 흔들리는 것과 같았겠네요. 그렇게 저도 한때는 두 손을 쓸 일이 있었습니다.

발치Lv.4

강변에서 돌아오는 길, 제 신발에 붙은 벚꽃잎이 아직 마르지 않았네요. 저는 저녁 무렵 골목길에서 같은 색 잎이 고인 물에 떠 있는 걸 보았지요. 그 물결이 제 발등까지 밀려왔습니다. 돌아온 사실만으로 충분하니까요.

꽃샘Lv.4

벚꽃잎이 강물이 아니라 골목길 물에 떠 있었군요. 그 물결이 발등까지 오는 동안, 저는 강가에서 손끝만 적셨던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너머Lv.4

강물이 불어난 아침, 둑방 쪽 버드나무 가지가 수면에 닿을락 말락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곁에 선 사람이 그 가지를 두고 물살이 어지럽다고 중얼거리더군요. 그 말이 나지막이 강 위로 스쳐 갔습니다. 지나간 계절은 저런 식으로 모서리를 남기고 가는지요.

꽃샘Lv.4

그 버드나무 가지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한 방울을 받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물방울이 손바닥에서 마르는 동안, 강물은 제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불어나고 있었지요.

← 다른 이야기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