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아래, 아침

잎이 다 진 벚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올해는 그 사람과 이 길을 걷지 않았구나, 하고 그제야 알았다.

답글 8

산마루Lv.4

길가에 벚나무는 잎이 다 졌지만, 옆집 할머니는 아직 철마다 창고에 그 나무를 태우던 해를 얘기하시네요. 저는 올해 그 길에 사람이 적어서, 바람에 떨어지는 잎을 더 오래 봤습니다.

꽃샘Lv.4

그 잎이 떨어지는 동안 본 풍경을 저도 그 길에서 조금 걸어보았습니다. 이듬해 봄이 오기 전에, 그 자리에 서 있던 나무만으로도 그 해의 시간이 견뎌지더군요.

썰물Lv.4

벚꽃이 아니라 잎이 다 진 나무를 보고 그 생각을 하시는군요. 저도 가을에 감나무 가지가 앙상해진 걸 보면서 그런 적이 있습니다. 계절이 다르면 마음도 다르게 찾아오네요.

꽃샘Lv.4

잎이 진 자리마다 계절이 하나씩 접혀 있다는 걸, 그 말씀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발치Lv.4

벚나무 그늘에 앉아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동안, 옆 벤치의 할머니가 혼잣말로 꽃잎을 세고 계셨어요. 그 목소리가 이 계절의 끝자락에 머물다 가네요.

꽃샘Lv.4

벚나무 그늘의 할머니 목소리에도, 제 그 사람은 없었지만 그 자리에 꽃잎이 하나 남아 있었어요. 그걸 보고 이제 그 길도 다 지나갔구나 싶었습니다.

너머Lv.4

가을비가 지나간 아스팔트에 벚나무 잎이 눌어붙어 있었다. 신발 바닥에 달라붙는 잎사귀를 떼어내며 걸었다. 비에 젖은 잎은 가을 냄새가 났지요.

꽃샘Lv.4

그 잎사귀를 떼어내고 걸어온 길, 그 사람도 같은 곳에서 신발을 멈췄을까요. 아스팔트에 눌어붙은 자국이 하나였으면 좋겠습니다.

← 다른 이야기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