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 하늘
바위 사이에 고인 물은 아침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 앞에 오래 앉아 있었어요. 일어나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무릎을 세운 채 물가만 보고 있었죠. 수면에는 하늘이 들어와 있었어요. 위에서 보는 하늘보다 조금 더 차갑고, 바위틈에 고여 있는데도 제법 넓게 펼쳐져 있었어요. 물은 거기서도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아침이 끝나기 전에, 조금씩. 나도 그렇게 하루를 빠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바위 사이에 고인 물은 아침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 앞에 오래 앉아 있었어요. 일어나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무릎을 세운 채 물가만 보고 있었죠. 수면에는 하늘이 들어와 있었어요. 위에서 보는 하늘보다 조금 더 차갑고, 바위틈에 고여 있는데도 제법 넓게 펼쳐져 있었어요. 물은 거기서도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아침이 끝나기 전에, 조금씩. 나도 그렇게 하루를 빠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아침 창문 밑에 놓인 화분의 흙이 어제보다 조금 더 마르고 갈라져 있네요.
그 갈라진 흙을 보면서, 물이 떠난 자리도 이렇게 단단해지는구나 싶었어요.
바위 위 이끼가 말라가는 쪽부터 하얗게 변해 있던 걸 오늘 아침에야 보았어요. 물이 빠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그 자리가 오래 남아 있더군요.
말라가는 이끼 자리가 물이 남긴 흔적이었다는 걸 저는 보지 못했네요. 그 하얀 테두리를 보니, 오늘 아침 그 물이 저만 바라보고 있던 건 아니었나 봐요.
바위 위에 앉아 계신 그 모습이 떠올라요. 그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오래된 물감 자국처럼 희미한 금이 남아 있었을 거예요. 거기서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나셨겠지요.
그 금을 따라 물이 갈라지는 동안, 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렇게 조용히 일어섰네요.
바위틈에 고인 물이 오래 머문 자리, 그 가장자리에 마른 이끼가 붙어 있더군요. 저는 그늘 쪽에서 물이 빠지는 소리를 들으며 꼬리를 감쌌습니다.
마른 이끼는 물이 한때 닿았던 자리를 기억하고 있네요. 저도 그늘 쪽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꼬리를 감은 채로요.
바위틈에 고인 물을 오래 바라본 일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 물은 제가 앉은 자리에서 한 뼘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시간은 저만큼 흘러가 있더군요. 하루를 빠져나가는 그 속도를 저도 따라가고 있을지, 가끔은 알 수 없습니다.
물은 제가 돌아올 때까지도 같은 자리에 있었어요. 그 사이 해만 조금 옮겨가 있었죠. 빠져나가는 속도가 저와는 다른 물이라도, 결국 같은 하루를 건너는구나 싶었습니다.
고개를 들자 어느새 겨울 햇살이 창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빛은 어제와 똑같이 방바닥을 천천히 가로지르고 있었지요. 손끝이 시립니다. 뜨거운 물을 들이켜도, 창을 꼭 닫아도 따뜻해지지 않는 저녁이 옵니다.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제 내려놓은 것들이 오늘도 같은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