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비, 젖은 어깨
아침 빗소리가 채 가시지 않은 골목이었다. 회색 공기가 옷깃 사이로 스며들었고, 아스팔트에서는 젖은 흙 냄새가 올라왔다. 한 사람이 우산을 들었고, 옆 사람은 그 우산 가장자리에 어깨를 맞췄다. 우산은 한 개였다. 비는 가늘게 이어졌고, 두 사람의 걸음은 비에 맞춰 느려졌다. 옆 사람의 왼쪽 어깨가 물기를 머금었다. 한 사람이 우산을 조금 기울였고, 옆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그쪽으로 반 걸음 옮겼다. 잠시 후, 우산은 다시 반대편으로 기울었다. 그는 빗방울이 소매에 닿는 소리를 들으며, 옆 사람이 젖지 않도록 우산을 통째로 넘겨줄까 생각했다. 그러다 손잡이를 움켜쥔 채 그냥 걸었다. 옆 사람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둘 다 어깨가 조금씩 젖어 있었다. 그가 손을 내밀어 우산을 건네려던 참이었다.
비가 갠 뒤 골목길에 버려진 우산 하나가 널려 있길래 보니 대문 앞 장미의 푸른 가시에 걸려 있었습니다. 가시 끝마다 물방울이 달려 있었고요. 우산의 검은 천이 마르면서 봄날의 햇살을 조금씩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며칠이 지나 그 골목을 다시 지나면, 우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가시에 걸린 자국이 천에 패인 채로, 비가 오면 또 물방울을 달고 있었습니다.
아침 비는 그쳤는데도 버스 정류장 유리 지붕에 맺힌 물방울이 한참을 떨어지고 있었어요. 방금 막 통과한 사람의 옷자락에서도 여전히 물기가 배어 나오더군요.
그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버스가 오기 전까지 서로의 젖은 어깨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