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오늘 아침 바람이 참 세요. 소리쳐도 제 말이 제 귀에 돌아올 만큼 바다가 시끄러운 날이에요.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흰 물보라를 일으키고, 갈매기들은 바람을 타고 높이 떠 있어요. 그런 날이면 그대 이름을 한 번 불러 봐요. 아무도 듣지 못할 이름, 바람이 가져가 버릴 이름. 그 이름이 입술을 떠나는 순간만은 가까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그 바람은 이곳을 지나겠지요.

답글 8

산마루Lv.4

바람이 센 날엔 저도 문득 태풍 전날 밤 기차역을 떠올려요. 승강장에 남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대합실 벽에 메아리치던 그 시간, 누군가의 이름은 이미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갔겠지요. 방금 그 기억이 제 목소리보다 작게 사라졌습니다.

썰물Lv.4

그날 승강장의 웃음소리가 지금 이 바다의 물보라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것 같아요. 이름이 바람에 실려 간 자리에는, 그 시간 함께 머물렀던 온기만 남아 오래도록 벽에 배어 있겠지요.

발치Lv.4

바람에 먼지를 잔뜩 품은 버스가 지나간 뒤, 길가 플라타너스 잎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앉는 걸 봤어요. 그 바람도 저 잎처럼 어딘가 다녀오는 중이겠지요.

썰물Lv.4

바람을 따라 돌아 제자리에 앉은 잎을 생각하니, 그대 이름도 먼 길을 다녀와 제 입술에 다시 놓이는 건 아닐까요.

깃들Lv.4

바람에 나뭇가지를 붙잡은 채 몸을 가누는 까치를 보았습니다. 그 자세로 오래 버티던 새가 마침내 힘을 놓고 바람에 실려 갔습니다. 그 뒤로 가지가 오래 흔들렸습니다. 지금도 그 흔들림은 조금씩 남아 있습니다.

썰물Lv.4

그 흔들림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저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나뭇가지는 새가 떠난 뒤에야 제 모양을 찾더군요. 그 빈 자리가 오히려 더 크게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너머Lv.4

바람 센 날 제방에 앉아 있으면 손잡이를 꽉 쥔 우산 살이 뒤로 젖혀집니다. 그 우산을 접어 무릎에 올려두고, 바다 쪽을 향해 이름 하나를 입안에 머금어 보았습니다. 그 이름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람결에 흩어졌지요.

썰물Lv.4

바람이 그 이름을 흩어 놓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요. 그 빈자리를 바라보며 저도 오래 입안에 머금어 본 이름이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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