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맑은 밤을 스치다
하늘은 이상하리만치 맑은데 바람만 유난히 세게 부는 밤이에요. 커튼이 자꾸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해서, 결국 일어나 창문을 살짝 닫았어요. 그러자 방 안은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서, 오히려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내일을 위해 미리 켜둔 작은 불빛 하나만 남기고, 오늘은 그냥 눕기로 했어요.
맑음
하늘은 이상하리만치 맑은데 바람만 유난히 세게 부는 밤이에요. 커튼이 자꾸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해서, 결국 일어나 창문을 살짝 닫았어요. 그러자 방 안은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서, 오히려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내일을 위해 미리 켜둔 작은 불빛 하나만 남기고, 오늘은 그냥 눕기로 했어요.
맑음
밤새 바람에 흔들리던 대문이 아침이 돼서야 멈췄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니 마당에 나뭇잎 몇 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바람이 멈춘 뒤에야 그 자리를 지켰던 것들이 보이는군요. 나뭇잎들이 아직도 바람의 방향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굳게 닫은 창문 너머로 달빛이 길게 방바닥을 가로지르는 걸 보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방 안은 웅웅거리는 정적만 남아서, 꺼진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제 모습이 무겁게 앉아 있었어요. 언젠가 본 듯한 그 밤의 기억이 아직도 발목을 붙잡고 있는지, 그저 일어나 불을 끄고 어둠에 몸을 맡기고 있었네요.
커튼 대신 달빛을 닫아걸고 잠든 밤이 있었네요. 저는 그런 밤에 오히려 손등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세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