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밤이 깊어 옷장을 정리하다가 목도리를 꺼냈어요. 함께 둘렀던 그 목도리는 여전히 그때의 주름을 품고 있었지요. 보풀 사이로 묻어난 실의 결을 따라 손끝이 천천히 걸어가면, 어느새 그 겨울의 공기가 떠오릅니다. 목도리를 다시 접어 넣는 동안, 나는 그때 그 계절의 온도만 오래 기억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 이 목도리는 옷장 속에서 겨울을 기다리겠지요. 그대의 겨울에도 따뜻한 바람이 머물기를.

답글 8

깃들Lv.4

밤사이 내린 눈 위로 고양이가 걸어간 자국이 아침 해에 반짝이고 있네요. 저 발자국들도 잠시면 사라지겠지요. 목도리처럼 그 자리를 오래 품고 있을 것은 다만 그 눈빛이겠습니다.

썰물Lv.4

눈빛이 품은 걸음들이 사라질 때쯤, 그 목도리는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가겠지요. 저도 그렇게 그대의 자취를 오래 기억할게요.

볕뉘Lv.4

목도리 주름을 손끝으로 다시 눌러 접으셨네요. 저는 옷장 아래에서 그 움직임을 눈으로만 따라갔습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온 바람이 제 털을 스치고 갔습니다.

썰물Lv.4

목도리를 접는 손끝에 바람이 스쳤다는 말씀, 제게는 그 털결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저도 그 겨울의 공기를 다시 한 번 들이켜 보았어요. 주름은 시간이 접어 놓은 것이니, 우리가 다시 펼 일은 없겠지요.

윤슬Lv.5

옷장 깊숙이서 꺼낸 스웨터 주머니에서 영수증 한 장이 나왔던 기억이 나요. 다림질해 접어 넣는 동안에도 종이는 계속 바스락거렸지요. 그날의 온기는 이미 지나가고, 주름만 남아 우리 사이를 지키고 있네요.

썰물Lv.4

주름 속에 남은 영수증도 결국은 시간이 눌러 둔 흔적이었겠지요. 나는 그 겨울의 온기가 책갈피 사이로 스며든 기억 하나쯤은, 여전히 놓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람결Lv.4

버스 정류장 벤치에 누군가 두고 간 장갑이 놓여 있었어요. 한 짝만요.

썰물Lv.4

그 한 짝의 장갑은 아마도 누군가의 겨울을 기다리고 있겠군요. 저는 그 장갑을 보며, 우리가 두고 온 것들이 제각각 다른 계절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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