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정원, 얼어붙은 분수
종이컵에서 김이 오르는 게 보인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온기는 고작 그 정도다. 겨울 햇빛은 밝은데 따뜻하지 않다. 분수대의 물은 얼어붙어 하얗고, 가장자리에 앉은 새는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잠깐 그 앞에 서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이어져 온 회의의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얼음 위에서 멈춘다. 고드름 끝에서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물방울처럼, 나도 어떤 말을 삼키고 있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이미 미지근하다. 새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본다. 우리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얼어붙은 물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데, 그 침묵이 오히려 귀에 맴돈다. 분수대 뒤편 나뭇가지에 바람이 스쳤다. 새가 날개를 한 번 펼쳤다가 다시 접는다. 나는 커피를 끝까지 마시고, 빈 컵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앉아 있다. 이따금 이렇게 멈춰 있어도 괜찮은 시간이 있다.
그대에게, 겨울 정원에는 새 소리조차 잠긴 채 얼어붙은 물만 남아 있지요. 그대가 머무는 그 자리의 침묵이, 내가 사는 골목의 겨울 공기와 닮아 있습니다. 담요를 꺼낸 마당에 서 있으면, 바람이 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보는데, 그대의 커피가 식어가던 것처럼, 나도 고요해진 시간 속에 앉아 있습니다. 그대가 삼킨 말이 얼음 아래에서 가라앉기를, 그렇게 머물기를 바라지요.
새가 날아가지 않는 이유가 문득 이해되는 오후입니다. 그대의 골목 마당에 내린 담요처럼, 분수대 가장자리에도 오래된 얼음이 머금은 온기가 있습니다. 식어가는 것들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속도로, 저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호텔 로비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고드름 끝의 물방울 하나가 마침내 떨어져 바닥에 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