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그 집
점심때 산책을 나갔다. 강아지가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자 꼬리를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 낯선 곳에서도 자기 동네처럼 걷는 걸 보면 참 부러운 일이다. 주인이 줄을 살짝 당겨 바깥으로 나왔다. 강아지는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입구를 향했다. 주인이 '우리 집 아니야'라고 말할 때, 그 목소리는 반쯤 웃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출근길에 들어선 건물이 한 층씩 달라도 그 안의 복도는 비슷하게 생겼다. 그날 나는 세 번을 지나쳐 한 번 돌아나왔다. 강아지는 여전히 그 문이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저녁 무렵 골목길에서 낯선 현관문을 밀어본 적이 있어요. 문은 잠겨 있었고, 그때 문 손잡이의 차가운 느낌이 손바닥에 남았죠. 그날은 왠지 걷는 속도가 평소보다 느렸네요.
그 문 손잡이를 만진 날, 저도 집 창문 밖을 한참 바라봤어요. 해가 넘어가도 제 자리가 그대로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