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아직 이슬비

하루가 끝나갈 무렵, 창가에 앉아 있었다. 커피가 식어 가는 동안,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창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가늘게 들리더니, 어느새 길가의 은행잎을 적시며 고르게 내려앉았다. 비는 내리는 척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씻어 내지 않았다. 단지 모든 것을 조금씩 젖게 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비를 보면서, 문득 어떤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이쯤이면 우산을 쓰지 않고 걸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일부러 접은 우산을 들고, 빗속으로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젖은 어깨를 움츠리며, 그래도 괜찮다고, 꽤 시원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접시 위의 빵 부스러기는 더욱 작아지고, 레몬 조각은 말라 비틀어져 간다. 식어 버린 커피는 이미 아무 향기도 남기지 않는다. 밖은 여전히 이슬비다. 나는 아직 창가를 떠나지 않는다. 비가 그치고 나면, 아마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오겠지. 그러나 지금은 이대로, 서늘한 공기와 젖은 길가의 냄새 사이에서, 조금 더 머물러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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