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여름 아침

여름 아침이면 나는 전화기 앞에 앉는다.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가, 손끝에 눌러 보던 번호를 끝내 누르지 못하고 내려놓는다. 창밖 뽕나무 잎이 바람에 바스락거린다. 그 소리는 여름마다 같다. 그 사람의 이름은 소리 내지 않아도 입안에 맴돌아, 이맘때가 되면 목젖을 지나 입술 안쪽에 머문다. 그해에도 그런 아침이 있었다. 처음 이름을 불렀던 밤은 초여름이었고, 마지막으로 부른 밤은 그 여름이 끝나가던 때였으며, 그 사이로 지나간 비와 뙤약볕은 모두 한결같이 흐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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