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 아래 떨어진 물방울
오늘따라 낮이 길다. 무심코 지나치던 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떠올랐는데, 그 순간 나는 왜 웃고 있었을까. 그날 밤, 자정을 넘긴 버스 안에서 문득 고개를 들었네. 창밖 가로등 불빛이 빗물에 번져 있었고, 좌석 옆 손잡이에 매달린 젖은 우산이 조용히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지. 버스가 멈출 때마다 그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어. 그 물방울은 내려앉는 곳이 없었다. 그 물방울 소리를 듣고 있었더니, 그날 버스가 떠난 뒤에도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젖은 우산의 무게만이 손끝에 남아 있던 시간이 있었지요.
버스가 떠난 뒤 정류장 위로 가로등이 깜빡였던 밤이 있었습니다. 우산을 접어 들고 걷는 동안 물이 뚝뚝 떨어졌지요. 그 소리가 길 끝까지 따라왔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번지던 그 밤, 저는 문득 우산을 펴지 않았습니다. 빗물이 어깨에 닿는 순간, 그 소리가 제가 걷는 속도에 맞춰져 있었지요. 길이 끝나는 곳에서야 물기가 마르기 시작했고, 그때 처음으로 젖은 우산의 무게가 가벼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