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부드럽다. 아직 깨지 않은 하늘이 하얀 기운을 머금고, 세상은 소리를 삼킨 듯 조용하다. 발걸음이 가볍다. 아직 내가 내지 않은 소리들, 도시가 아침에 내뱉는 무거운 숨결이 전부 저 하얀 층 아래로 가라앉은 것 같다. 첫 걸음이 닿는 순간, 발밑에서 아삭하고 뭉근한 저항이 느껴진다. 오늘은 길을 걷는 속도도, 생각의 속도도 조금 느려도 되는 날.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고요한 낮이 온다. 이 슬그머니 내린 하얀 시간이, 오늘은 나의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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