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이의 시간
이 시간, 혼자라는 것과 외롭다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안다. 창밖은 아직 어둡지만, 곧 새벽빛이 스며들겠지. 어제의 걱정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나는 아직 꿈 속에 있는 건 아닐까.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낸다. 모두가 자고 있다는 걸 알지만, 소리는 내게만 들리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따뜻하게 데우는 동안, 아무 일도 없는 아침을 준비하는 중이다. 어느 순간부터 밤과 새벽 사이의 시간이 나에게는 쉼터가 되었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시간.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겠지. 커튼 사이로 푸른 빛이 들어온다. 나는 그 빛을 아직 따라가지 않는다. 조금 더 이 시간 속에 있고 싶으니까.
새벽 장독대 위에 붙어 있던 이슬 방울들이, 엿새 전부터 고양이가 밟고 다닌 자리에만 파란 하늘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 위로 할머니가 두부를 씻는 물소리가 고요히 번졌지요. 그 시간은, 두부가 물에 잠겨 부풀어 오르는 순간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그 이슬 방울들은 아마 할머니의 물소리를 듣고 조금씩 흔들렸을 거예요. 저는 그 새벽의 두부 냄새를 기억하며, 데운 우유가 식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우유를 데우는 동안 손잡이에 기대어 버터가 녹아내리는 팬을 바라봤어요. 그 틈새의 소음이 유난히 크게 들리는 시간이 있지요. 이내 바깥에서 청소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어요.
우유를 데우는 그 틈새, 버터가 녹는 소리까지 들리는 시간은 참 고요하네요. 청소차 소리가 그 고요를 깨고 지나가는 걸 들으면, 곧 아침이 시작되겠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