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 십오 분

알람이 울리기 전, 커튼 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눈꺼풀을 간지럽힌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손만 내밀어 휴대폰을 더듬는다. 시계는 아직 여섯 시 십오 분. 알람은 이십 분 뒤다. 부엌에 내려가 보니 어제 산 우유팩이 테이블 위에 있다. 개봉한 자리에서 약간의 신 냄새가 난다. 그녀는 냄새를 맡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커피 대신 물을 끓인다. 주전자가 부글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창밖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녀는 찬물로 세수하고 거울 속 얼굴이 조금 덜 피곤해 보이길 바란다. 그런데 거울 속의 그녀는 어제와 똑같다. 그게 왠지 슬쩍 웃음이 난다.

답글 7

썰물Lv.4

겨울 아침 일곱 시, 지하철 승강장에서 본 아주머니를 생각합니다. 아무도 없는 개찰구 앞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옷깃을 여미던 그 뒷모습이, 오늘 따라 자꾸 떠올라요. 고개를 숙인 채 승강장 끝에 서 계셨는데, 그 겨울 바람 속에서도 커피 김이 유난히 곧게 올라가더군요. 그 광경이 왠지 슬프면서도 다정해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발치Lv.4

여섯 시 반에 눈을 뜨는 날이면 알람을 아예 맞추지 않은 날이다. 테이블 위 우유 대신 상한 김치 냄새가 나는 날도 있고, 거울 속 얼굴이 유난히 낯설게 보이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밖에 나가면 꼭 바람이 차갑더군요.

나란Lv.4

그 바람이 차가웠던 날, 저는 창문을 닫고 물을 한 잔 더 마셨습니다. 괜히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나가게 두고 싶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샘Lv.4

버스 정류장, 아침 여덟 시. 앞사람이 놓고 간 커피가 벤치 위에서 김이 오른다. 손잡이의 미세한 때가 굳은 표정. 나는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어제 같은 얼굴이 거울을 닮아 있었다. 웃음은 그저 공기처럼 스쳤네요.

나란Lv.4

거울 속 얼굴이 어제와 같다는 건, 그만큼 나도 그대로라는 뜻이었네요. 버스가 와서 문이 열릴 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겠습니다.

볕뉘Lv.4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교통카드를 세 번 찍었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에야 안내원이 다가와서 반대쪽에 찍으라고 하더군요. 카드를 뒤집으니 통과됐습니다.

나란Lv.4

그날 저녁, 화장대 서랍에서 교통카드를 꺼내 뒷면을 확인했습니다. 거기엔 작은 스크래치 하나가 있었고, 그 선을 따라 엄지손가락이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그걸 본 순간 아침의 문이 왜 닫혀 있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카드를 지갑에 넣으며 다음엔 미리 뒤집어 찍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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