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사람

봄날 점심 무렵, 햇살이 유리창을 통과해 테이블 위에 닿았다. 그녀는 식어가는 커피를 멍하니 보다가 길을 바라보았다. 흰 티셔츠의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오는 순간, 가슴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걸어올수록 실루엣은 낯설어졌다. 남자는 느리게 걸었고,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땅을 보며 왔다. 발걸음마다 가죽 구두가 보도블록에 닿는 소리가 났다. 벚꽃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가, 남자의 어깨에 붙는 듯했다.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자 역한 쓴맛이 퍼지고, 입안에 아린 향이 남았다. 남자가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바닥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팔을 들어 머리를 매만졌다. 그 모습이 어쩐지 우아해 보여서 그녀는 슬쩍 웃음이 났다. 아, 사람들은 조금만 비슷해도 닮게 보이는가 보다. 그녀는 아직 답이 없는 메시지창을 닫고, 창밖의 봄빛을 다시 보았다. 유리창 위로 흰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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