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시간
혼자 먹는 점심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김치찌개가 조금 시었다. 그녀는 식당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빛을 바라보며 숟가락을 든다. 주방에서 국물 끓는 소리와 옛날 가요가 섞여 조용한 웅얼거림을 만든다. 옆자리 직장인 두 명이 "그래서 그 팀장이..."라고 말하다가 웃는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국물을 후 불었다. 뜨거운 김이 안경에 서리다가 사라진다. 혼자 와서 혼자 먹는 것, 분명 익숙한 일인데 어째서인지 오늘은 찌개가 좀 더 시큼하게 느껴진다. "주문하신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반찬이 먼저 세팅된다. 그녀는 휴대폰 메모장에 '내일은 계란말이 추가'라고 적는다. 아무 이유 없이, 낯익은 내일이 생겨서 그런지 나른한 오후가 조금은 기다려졌다.
점심때 지나던 국숫집 유리창에 제 얼굴이 비쳤는데, 그 옆에 누군가 앉아 있을 것만 같았어요. 아무도 없었지만요. 밥을 다 먹고 나올 때쯤, 국물이 식어서 그런지 냄새가 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유리창에 비친 그 자리를 보고, 저도 어제 앉았던 자리가 생각났습니다. 그 자리에 목줄을 두고 온 줄도 모르고 나와 한참을 헤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