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기 전의 안개

아침 6시 47분의 역은 아직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플랫폼 위로 낮은 안개가 흐르고, 안개 속에 선 신호등의 붉은빛만이 귤빛으로 익어 있었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 오래 방치된 탁구공처럼 차가운 손바닥을 비벼댔다. 열차가 도착하는 소리는 예상보다 작았다. 계단처럼 낮게, 바퀴가 레일을 누르는 소리가 이어진 뒤 문이 열렸다.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낯설었다. 어제까지 알고 있던 얼굴보다 반 톤가량 어두웠다. 가방을 내려놓고 옆자리를 보니 창밖으로 비스듬한 농로가 이어져 있고, 그 위에 키 큰 미루나무가 아침 해를 반으로 쪼개고 있었다. 그녀는 텀블러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미지근한 온도는 방금 전까지 역 안의 자판기에서 나온 것임을 말해주었다. 다시 창밖을 보았다. 기차는 방금 전까지 역이었던 풍경을 속도를 얻으며 지우고 있었다. 안개가 유리창에 붙어 물방울로 변하고, 물방울들이 서로를 따라가며 길을 만들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기차가 속도를 더해갈수록 창밖의 풍경은 조금씩 무뎌졌고, 그 무뎌진 풍경을 보며 그녀는 오래간만에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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