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컵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식탁 위의 빈 컵을 비춘다. 그녀는 어젯밤 그가 마시고 간 물컵을 치우지 않았다. 유리컵 가장자리에 마른 물자국이 남아 있다. 공기 중에 어제의 커피 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아침 공기는 서늘하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면 손끝이 시리다. 냉장고가 낮게 웅웅거린다. 그녀는 우유를 따르다 말고 창밖을 본다. 길 건너 카페에 불이 켜져 있다. 그가 좋아하던 자리, 아직 아무도 앉지 않았다. 길은 조용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녀는 우유를 다시 따르고, 시리얼을 그릇에 붓는다. 시리얼이 우유에 잠기는 소리가 작게 일어난다.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오늘은 그가 늦게 올 거라고, 문자는 오지 않았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화면에는 아무 알림도 없다. 어제 그는 이 컵에 물을 따르며 웃었다. 그 미소가 아직 눈에 선하다. 그녀는 시리얼을 한 입 먹고, 아직도 따뜻한 햇살이 무릎에 닿는 것을 느낀다. 햇살이 천천히 식탁 위를 옮겨 간다.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저 앉아 있다. 시간이 천천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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