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뜬 창문

낯선 이불 냄새에 잠이 번졌다. 꼭 감았던 커튼 사이로 창문이 새파래졌다. 시계가 아닌 방 안을 비집는 먼지의 움직직임에 눈을 붓는다. 익숙한 자명종의 밝은 압박 대신, 발코니 창틀 위에 앉은 새 한 마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 작은 생명이 아직 크게 번지지 않은 오렌지빛 햇살을 등에 지고 앉아 있다. 열어 놓은 창 사이로 이고 온 공기결이 베개 끝을 스치면 아직 잉크 갈피가 덜 난 지도의 주변이 조용히 개안는다. 낮선 거리 어딘가에서 쨍그렁 쇠고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단속적으로 울리는 자전거 사이렌 소리가 뒤엉켜 낯선 언어의 잔물결을 이룬다. 타지의 아침은 어쩐지 모든 것이 밝고 낯설기만 하다. 익숙한 하루가 시작될 시간, 그 모든 일과를 도맡아 할 반가운 얼굴이 이 집에는 없다. 찬장 뒤쪽에서 꺼낸 짙은 갈색 가루를 물에 타 컵 가장자리에 한 모금 흘려 마신다. 아직 어제의 커피가 이까짓 일에 쿨하게 넘어가지 않아 목을 적신다. 소파가 열리는 소리처럼, 창문이 포르르 바람을 가르며 걸려 있는 것도, 축축한 먼지 냄새가 실내까지 밀려들어 오는 것도 어디 하나 반가운 것이 없다. 선채로 마신 물컵 하나에 아침 햇살이 길게 드리워진다. 출근 시간을 재촉하는 수많은 발걸음의 마찰음과 단속되는 새색시의 허공을 가르는 속도, 아직 귀 기울이기엔 이른 이방의 아침. 나는 이제야 그 검붉은 석류 티 하나를 떠올리며, 혼자 노래가 되어 목을 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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