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 접는 아침
어두운 아침, 하늘은 무슨 일로 투덜거리는지 젖은 창밖이 대신 말해 준다. 현관에는 우산이 숙제처럼 놓여 있다. 우산을 펼치면 머리 위에서 조그만 발소리가 난다. 아직 정신이 덜 깬 시간에는 그게 오히려 위로가 된다. 그런데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만 우산을 쓴 사람이 되는 순간이 온다. 다들 하늘을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데, 나만 피해 다니는 게 조금 미안해진다. 그래서 우산을 접는다. 그 순간, 뒤에서 오던 사람이 우산을 펼치며 내 팔꿈치를 스치고 지나간다.
비
구름이 낀 오후, 건널목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다가 문득 우산 없이 걷는 사람들을 봅니다. 비가 그친 뒤에는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