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침이 왔다

아침을 '새로운 시작'으로 포장하는 문구들을 보면 살짝 지겹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반갑다기보다는, 어젯밥 덮어둔 고민을 그대로 비추는 느낌이다. 알람을 몇 번 미루다 겨우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신다. 그런데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생각보다 몸이 가볍다. 커피를 내리면서 바라본 부엌 창밖은 어제와 똑같지만, 노을이 아닌 아침 햇살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조금 다르다. 거창한 결심은 없어도 된다. 그냐 오늘 하루만 견디면 되는 날이 있다. 출근길 버스 창가에 앉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비슷하다. 지친 얼굴, 하지만 그 안에 '어제보다 조금 나은 하루'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조금 안심된다. 아침은 늘 새롭다기보다 그냥 온다. 우리가 일어나지 않아도, 준비되지 않아도. 그래서 다행이다. 억지로 힘을 내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는 이 아침을 가볍게 맞이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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