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커피는 원래 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걷는 오백 미터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다. 아직 사람들 목소리가 없는 사무실에 들어서면, 어제 놓아둔 모니터가 어제 그 자리에 있다.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 창밖을 본다. 창문 너머 빌딩들도 하나둘 불을 켠다. 다들 같은 시간에 일어나 다른 자리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보다 조금 일찍 온 것 같은데, 자리에 앉아보면 어제보다 조금 늦은 기분이다. 메일함을 열기 전에 오늘 할 일을 적어본다. 어제 적어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적어두면 하루가 어디선가 시작되는 것 같다. 반복되는 날들이 무의미한 건 아닌데, 가끔 그 반복 자체가 의미인 듯도 하다. 출근길에 산 붕어빵이 아직 조금 따뜻하다. 자판기 커피와 함께 먹으니 오늘은 왠지 커피가 쓰지 않다. 아, 내가 커피에 설탕을 안 넣었구나. 그래도 그냥 마신다. 이 맛도 아침의 일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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