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침묵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유난히 부드럽다. 창가에 놓인 찻잔에서 김이 올라와 천천히 사라진다. 문득, 어제 덮어둔 책의 페이지가 살짝 바람에 스치듯 움직였다. 오늘은 우산을 챙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길가의 나뭇잎들이 평소보다 더 짙어 보이고, 먼 곳의 지붕들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흐릿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추게 된다. 아침의 공기는 차갑지도 않고, 덥지도 않게 나를 감싼다. 이 느낌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일부러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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