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뤄둔 하루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어제와 달랐다. 부드럽고, 납작하고, 아무것도 재촉하지 않았다. 탁자 위 찻잔은 이미 식어 있었고, 어제 덮어둔 책은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9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밖은 여전히 잠에서 덜 깬 표정이었다. 그런 아침엔 오늘의 할 일도 반쪽짜리로 시작해도 될 것 같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시간이 문득 고마워서, 일어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다시 닫고, 아직 뜨거운 물을 올렸다.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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