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서성임

점심을 먹고 나와 걷다 보니,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해가 높이 뜬 낮인데도 이상하게 마음만은 흐린 날씨 같았다. 오래된 카드를 꺼내 본다. 반쯤 바랜 글씨 위로 손끝이 머문다. 보내지 못한 말, 접어 둔 마음이 햇살 속에서 조용히 부서진다. 그 사람은 지금쯤 어디선가 밥을 먹고 있을까. 나처럼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아무것도 아닌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아직 여기 있다. 낮의 온기가 어깨에 닿는 동안, 이대로 조금만 더 서성여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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