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이 머문 자리
낮이 빛어질 무렵, 창가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주방 어딘가에서 스며드는 미지근한 냄새와 빛이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가 섞이더니, 하루가 조용히 지나갔다. 어제와 비슷한 피로가 어깨를 감싸는 오후, 문득 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별것 아닌 순간이었지만, 그 반짝임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나를 자리에 앉혀 주었다. 해야 할 일은 차곡차곡 쌓였고, 할 말도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잠시 멈춰 그 빛을 더 오래 바라보았다. 세상이 재촉하는 속도 밖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나고 보니, 성급하지도 느리지도 않던 오늘이 나만의 속도로 흘렀다. 저녁이 오기 전, 햇살이 머문 자리만 기억해 두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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